6월은 호국영령의 달
6월 1일은 의병의 날이다. 우리 역사에는 다달이 가슴시린 일이 너무도 많지만 태양이 점점 뜨거워지는 6월 초, 무릇 나라사랑 정신을 강조하는 의병의 날이 있어 다행이다. 경남 의령에서는 며칠 전 의병의 날 기념 마라톤대회가 열렸다. 정해진 해가 작년이라 벌써부터 큰 기대를 하기는 이르나 나날이 발전하는 기념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라톤도 좋지만 한산대첩, 명량대첩 재현행사처럼 정암진 전투를 재현하는 일도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우리나라 의병의 역사는 참으로 깊다. 고구려가 나당연합군에게 패한 후 수십 만의 우리 기능공과 여자들이 당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본 당시 백성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산으로, 산으로 숨어든다. 나라를 잃으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두 눈으로 본 그들은 대조영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다. 온갖 어려움을 견뎌가며 당의 정규군사를 완전히 물리치기까지 무려 30여 년이 걸렸다. 우리의 의병은 그렇게 나라를 다시 찾았다. 이후 발해는 해동성국이라는 대명도 받게 된다.
고려시대에는 대제국을 건설한 몽고의 침입이 있었다. 강화도로 옮겨 항쟁을 하였지만 고려는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었고 이후 약 30여 년간 기나긴 항몽의 시간이 흐른다. 정규군은 이미 무너졌으나 삼별초 배중손의 휘하와 이에 동조한 우리의 의병은 제주도에까지 밀리면서도 항전을 계속해 나갔다.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일이었지만 국혼을 위한 그들의 의기는 서슬이 푸르렀다. 청사에 빛날 그분들의 혼을 누군가 달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가까운 조선시대 또한, 의병의 시대다. 불과 15일 만에 궁궐이 불타고 임금이 대신들과 함께 의주로 피난을 떠날 때, 출신과 신분의 고하를 불문, 머리를 동여매고 일어난 것이다. 남명 조식 선생의 제자인 망우당 곽재우는 홍의장군으로 의병을 이끌고 낙동강을 오르내리며 일본군과 싸워 삼가·합천·창녕·영산 등의 여러 고을을 수복하여, 경상 우도를 지켰다. 또 진주성의 김시민 장군을 배후에서 지원하는 역할도 했을 만큼 강하였다. 지금도 의령관문을 지나면 높은 의병탑 옆 대형 태극기는 군민들과 함께 그분들의 혼을 지키고 있다.
한편 정인홍은 호남에서 의병을 일으켰고, 나라가 없는 종교는 의미가 없다고 분연이 일어난 승병대장 서산, 사명대사도 의병활동을 치열하게 했다. 종교를 넘은 진정한 애국, 지팡이를 들고 우뚝 서있는 사명대사의 동상은 단군 할아버지를 모신 밀양 천진궁 옆에서 종교인과 우리들에게 진정한 애국심이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계신 듯하다. 금산전투를 이끈 조헌의 7백 의병은 3천 이상의 대병을 맞아 최후의 일인까지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여 지금도 한 자리에 묻혀있다.
임진왜란 7년의 전투 중에 인구가 반으로 줄어드는 참화 속에서도 우리는 국체보존을 위한 꿈을 놓지 않았다. 명량해전의 실낱같은 나라의 명운 속에서도 해남, 진도의 의병 용사들이 자원하지 않았던들 이순신 장군이 어이 힘을 쓸 수가 있었으랴. 실로 조선을 구한 사람들은 바로 이름 없이 스러져간 그들, 바로 의병이었다.
초등학교 아이가 몇 명 보이기에 현충일 노래를 아는가하고 물어 보았으나 아무도 모른다며 고개를 흔든다. 가슴에 애국애족의 마음이 없는 아이가 성장해서 어떻게 홍익인간이 되며 인류평화를 이야기하는 지도자가 될 수가 있겠는가. 6월에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의병에 대한 이야기 등 나라 사랑하는 교육을 좀 더욱 자주 들려주었으면 한다.

김진환 경남국학원 운영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