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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버티기가 상책이다 2011.07.14  조회: 2040

작성자 : 관리자

인생, 버티기가 상책이다

 

 여기는 한가로운 시골역, 연산역이다. 논산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가다가 연산에 차가 선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내리는데 내리는 사람이 그 열차에서 나 혼자이다. 어여쁜 안내원 하나가 “어디를 가느냐?”며 웃는 얼굴로 묻는다. “양촌인데요.” “버스 타시려면 힘드실 텐데…”라고 한다. 


 예술원에 전화하고 대기실에 가니 할머니 한 분이 외로이 앉아 있다. 물끄러미 기찻길 허공만 바라보는 그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그 모습을 보며 상념에 젖어 노트북을 꺼내 든다.


 한 시절…홀로 앉은 할머니보다도 더 고독하게 보일 정도로 삶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답은 보이질않고 그냥 고민할 수는 없어서 무작정 걸어가면서 답을 찾아보리라 생각하고 내 고향 대전에서 포항까지 걷기로 작정하고 배낭 하나 짊어지고 하염없이 걸었다.


 그러니까 30년 전 이야기인가 보다. 첫날부터 비가 내리며 앞길을 방해했지만, 거침없이 밀고 나갔다. ‘가고 싶은 만큼 가자. 목적지는 포항이지만, 언제 도착할지 나는 모른다.’하고 발이 부르터지는 것을 무시하면서 걷고 노래 부르고 갔다. 잠은 아무 곳에서 텐트를 치기도 하고 원두막이나 정자에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


4일째인가…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던 날, 나는 충북 영동 심천 부근을 걷다가 좋은 정자를 만났다. 그곳에서 하루를 쉬기로 작정하고 자리를 잡고 쉬려니 관광버스 한 대가 그곳에 서더니 한 차 가득 사람들이 정자로 올라온다. 한 판 놀려고 하니 자리를 비켜달란다. 아니면 같이 놀던지….


 관광버스가 지나가고 조금 있으니 배낭을 짊어진 내 또래의 친구가 흠뻑 젖은 몸으로 정자에 올라온다. 통성명하고 물으니 그는 지금 서울에서부터 걸어오는 중이며 대구까지 가는 중이란다. 나보다도 더 대단한 인물을 만나니 이야기가 꽃을 피운다. 늦은 저녁이 되니 또 젊은 친구들이 2명이 더 온다. 4명이 의기투합하여 놀다가 수박 서리를 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서리를 하다가 들켜 된통 욕을 먹고 고생을 한 기억이 생생하다.


한 여름밤의 추억과 대구까지 걸어간다는 친구와의 나눔을 통해 나는 또 다른 인생을 보았다. 다음날 친구들과 기분 좋게 가다가 잘못하여 다리를 삐고 말았다. 다리가 아프니 포항까지 걷고자 하는 그 마음은 사라지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결국 ‘다리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5일 만에 포기하는 참으로 슬픈 기억이 난다.


 그러고는 또 나는 고독 속에 빠지게 되었다. 항상 목표를 잡아놓고 그 뜻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나를 끊임없이 원망하며 ‘너는 뭐든지 하는 것이 없고, 말만 앞서고…’ 자학의 시간을, 빠져나오려면 더 깊게 빠지는 수렁처럼 그렇게 젊은 시절을 보낸 것 같다.


 그러다가 군대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무슨 인연인지 부사관학교에 차출되어 원하지 않던 리더의 훈련을 받게 되었다. 군에 갈 때 가장 하기 싫었던 것이 구보, 즉 달리기인데 자대에 배치되니 매일 아침마다 훈련병들 완전군장 꾸리고 10km를 뛰고 오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1년간 그 역할을 하면서 참 많은 것을 공부했다. 3km를 달리면 숨이 목까지 차면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나는데, ‘내가 리더인데 포기할 수 있나’ 하고 버티다 보면 반환점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게 7km를 가다 보면 정말 ‘물속으로 거꾸로 처박혀버릴까’ 하는 생각이 수백 번 지나간다. ‘내가 리더인데…안 되지’ 하면서 버티다 보면 저 멀리 목표가 보인다. 그것보고 달리다 보면 눈이 노래진다. “오늘도 포기하지 않아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내 입에서 절로 나온다. 매일 포기했던 인생이었는데 군에서 처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달리기 1년을 무사히 견뎌냈다.


 그 순간 나에 대한 자신감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나도 하면 되는구나!’ 열심히 하고 끝까지 버티니 사람들이 인정해주면서 자신감이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그 자신감은 나를 훈련병들의 교육과 훈련을 시키는 당당한 전사로 성장시켰다.


 힘들지만 참고 버티다 보면 뭔가가 이루어진다는 깨달음을 군대에서 얻었다. 음악을 할 때도 힘들면 군대에서 가장 힘들었던, 달리기 뛰던 생각을 하면서 버티었다. 그렇게 3년 지나니 ‘뭔가 한다’고 하면서 인정해준다. 그 버티기가 지금 풍류도를 버티게 하는 힘인지도 모르겠다.


 뭐든지 1년만 버티면 깨달음이 온다. 그래서 그런지 풍류도스쿨 프로그램을 만들 때 1년으로 설정하게 된다. 1년이 길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꿋꿋하게 10년을 버티어 왔다. 버티기와 돈 잘 버는 것이 항상 같이 가는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지금 하는 일이 힘이 들더라도 한 번 버티어보자. 견디기 어렵고 고독하다면 잠시 음악 하나 틀어놓고 무조건 몸을 흔들며 오두방정 춤을 춰라. 그러면서 속상하고 화가 난 것이 있거들랑 허공에 막 소릴 질러봐라. 그러면 기분풀이가 되고 분풀이가 된다. 등에 땀이 날 정도가 되면 그대로 누어라. 편안해지면 뇌가 환해질 것이다. 그러면 뇌에다가 “너는 거룩한 영혼이기 때문에 넌 할 수밖에 없어”라고 이야기해줘라. 그러면 두 눈에 눈물이 흐를 것이다. 영혼이 알아들은 것이다. 자신의 영혼을 믿고 그냥 버티면서 가라.


 무엇을 시작하든 한 1년만 버티어봐라. 뭔가 하나는 크게 깨닫게 되리라. 3년을 버틸 수 있다면 큰 뜻을 하나 갖게 될 것이다.


 자신감 회복. 그것은 버티는 것이다. 이왕이면 나와 민족과 인류를 위한 버티기라면 머지않아 세상의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지금 삶이 고독하십니까? 재미가 없습니까? 그래도 버티십시오. 버티기가 상책입니다.


 저 역시 능력 없다고 늘 고독했으나, 버티기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앞으로도 버티고 또 버티면서 피해의식, 이기심, 자만심을 격파해 나갈 것입니다. 그 너머 찬란한 고독과 영광이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알기에, 나는 갈 것입니다.


 얼쑤~ 좋다! 율려세상 돌아오니 아니 놀고 어이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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