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철새, 다산초당, 홍익 목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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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는 월출산이 병풍 같이 펼쳐지고, 앞으로는 다정한 강진만에 철새가 날아드는 계절이 돌아왔다. 지금은 또한 출판기념회의 계절이기도 하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어서 그런지, …000의 출판기념회’ 초대가 빈번하다. 아무리 ‘스스로 홍보 시대’ 라지만 목민관이 되기로 결심한 사람은 우선 자신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로 얼굴을 팔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의 ‘목민심서( 牧民心書)’라도 정성껏 읽고, 강진의 다산초당(茶山草堂)에 올라 그가 겪은 시리고도 열렬한 유배의 세월을 가슴으로 느껴보는 것이다. 국민은 생명 순환 상징인 철새는 반갑지만 철학부재의 철새 정치꾼은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남단 땅 끝 해남의 바로 옆 자락인 강진만은 1978년 청정 수역으로 지정되었다. 바지락ㆍ 갯장어ㆍ 김ㆍ 고막ㆍ 굴ㆍ 낙지ㆍ 숭어ㆍ 농어ㆍ 망둥이, 특히 대합과 새우의 맛이 뛰어난 풍요의 바다이다. 다산이 이곳에 유배를 오게 된 것은 결과적으로 이 나라의 지성사와 다산 본인에게도 풍요로운 덕이 된다. 다산은 추사( 秋史) 김정희, 아암 혜장(惠藏), 다성 초의(茶聖 草衣) 등 승ㆍ 속ㆍ 유ㆍ 불은 넘나들면서 당대 최고의 지성인, 예술인들과의 지고한 인성의 교류를 보여준다. 마치 긴 호흡으로 강진만으로 흘러들어 한 몸으로 바다를 이루는 탐진강ㆍ 장계천ㆍ 강진천ㆍ 석문천의 합수와도 같다.
강이 바다와 하나 되듯이 백성들이 자신과 하나로 느끼는 진정한 목민관은 누구인가? 목민관의 부족한 인품과 소양의 결과는 우선 질러 놓고 보자는 선심행정, 책임지지 않는 예산 집행으로 지자체의 부도와 국가 모라토리움의 나락으로 함몰 되어 백성들의 짐은 더욱 무섭게 가중 될 뿐이다. 다산 보다 8세 연상인 연암 박지원의 호질(虎叱)에서 외치듯이, 민생과 괴리 된 양반 계층의 각종 비리와 다산이 49세가 되던 해에 일어난 홍경래의 난은 조선 후반기의 왕권 체제를 뒤 흔든다. 백성들은 홍경래가 죽은 뒤에도 “정주성에서 죽은 홍경래는 가짜 홍경래다. 진짜 홍경래는 살아 있다.”라는 소문을 퍼뜨리면서 언젠가 올 봉건 정부 타도와 사회 변혁을 미륵의 출현인 양 신앙처럼 믿게 되었다. 홍익정신이 사라진 당시 지배층의 비정한 가렴주구와 그걸 보면서 시구를 읽을 수밖에 없는 지성인 다산, 자신의 무력함이 ‘애절양(哀絶陽)’을 짓게 한다.
“갈밭마을 젊은 아낙 길게 우는 소리/관문 앞 달려가 통곡하다 하늘 보고 울부짖네./출정나간 지아비 돌아오지 못하는 일 있다 해도 /사내가 제 양물 잘랐단 소리 들어본 적 없네. /시아비 삼년상 벌써 지났고 갓난앤 배냇물도 안 말랐는데 /이 집 삼대 이름 군적에 모두 실렸네. /억울한 하소연 하려해도 관가 문지기는 호랑이 같고 /이정은 으르렁대며 외양간 소마저 끌고 갔다네./남편이 칼 들고 들어가더니 피가 방에 흥건. /스스로 부르짖길, "아이 낳은 죄로구나!". /누에 방에서 불알 까는 형벌도 억울한데 /민나라 자식의 거세도 진실로 슬픈 것이거늘 /자식을 낳고 사는 이치는 하늘이 준 것이요 /하늘의 도는 남자 되고 땅의 도는 여자 되는 것이라. /거세한 말과 거세한 돼지도 오히려 슬프다 할 만한데 /하물며 백성이 후손 이을 것을 생각함에 있어 서랴! /부잣집들 일 년 내내 풍악 울리고 흥청망청 /이네들 한 톨 쌀, 한 치 베 내다바치는 일 없네./다 같은 백성인데 이다지 불공평하다니/객창에 우두커니 앉아 시구 편을 거듭 읊노라”
대한민국의 각 지자체 의원과 지자체 장,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국민의 행복한 삶을 책임지는 자리이다. 가자의 소양과 철학을 발고 굳게 닦아 철저한 자기 관리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인은 다음과 같은 부문에서 모두에게 널리 이익이 되는 홍익철학이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그 다음, 가슴에 손을 얹고 거울을 보듯이 자신을 샅샅이 돌아보면서 출마를 결심해야 자신과 국민에게 덕이 되는 것이다.
첫째, 개인적인 도덕성이 바르게 정립되어야 한다. 둘째, 국민으로서 역사의식이 바로 서있어야 한다. 셋째, 지도자로서의 철학이 바로 서야 한다. 넷째, 국민 생활의 발전을 위한 비전이 확실해야 한다. 다섯째, 대한민국 사회의 리더로서 사심 없는 통일관이 확립되어 있어야 한다.
이상 다섯 가지 기준이 바로 서야 비로소 한민족의 어느 지역, 어느 부문의 지도자요 목민관으로서 자격이 있다 할 것이다.
(사)국학원 원장(대), 한민족역사문화공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