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 걸린 상태에서 치료하기보다 걸리기 이전에 치료하라
감기와 독감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출근길의 직장인들은 입던 옷이 두꺼워 지고, 집안살림을 책임지는 우리네 어머니들은 겨울철 김장준비에 바빠지시고, 연로하신 할아버지 할머니와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보건소나 병원에 가서 독감예방주사를 맞는게 연례행사처럼 여겨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감기는 아데노바이러스나 리노바이러스 등 여러 종의 바이러스가 단독 또는 혼합해 사계절 내내 감염시키는 것으로 전문 의학용어로는 ‘상기도 감염’이라 한다. 독감은 주로 겨울철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나고 주로 공기를 통해 호흡기로 감염되는 전염성 질환으로 둘은 약간의 차이가 있는 질환이다.
하지만 한의학적으로 보면 감기와 독감은 질병을 일으키는 외부인자는 서로 다르지만 질병이 일어나는 내부인자는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외부의 나쁜 기운이 우리 몸에 침입하여 일어난 질병이란 측면에서 보면 같은 개념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그래서 양방에서는 감기와 독감을 치료하는 약이 서로 다르지만 한의학에서는 감기와 독감 자체보다는 나타나는 증상의 경중에 따라서만 처방약이 달라진다. 즉, 증상이 같으면 감기와 독감도 같이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치료의 차이는 서양과 동양이 질병을 바라보는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서양의학은 모든 질병의 원인을 외부에 있다고 보지만 한의학에서는 외부인자보다는 내부인자에 더 치중을 한다.
쉽게 얘기하면 서양의학은 외부에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그것을 몰아내고 죽이는 것이 치료라고 생각하지만 한의학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사기(邪氣)’를 몰아내는 것보다는 내부의 면역력인 ‘정기(正氣)’를 강화하면 사기는 자연적으로 물러간다고 보아 정기의 강화에 더 치중을 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SARS, 조류독감, 신종인플루엔자 등과 같은 무시무시한 전염병들이 창궐하면서 대부분의 의료관계자들은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약의 개발에만 치중을 했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변종의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당황하여 백신을 찾는다고 온나라, 아니 온세계가 난리법석을 피우지 않았는가? 첨단의학기술과 기계들이 속속들이 개발되고 있는 현대의학이지만 작디 작은 바이러스에는 꼼짝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제는 건강과 질병을 바라보는 시각을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세균과 바이러스, 염증, 암종 등 이미 어쩔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독한 약과 치료법으로 정상적인 몸의 세포들도 타격을 받는 치료는 이제 지양을 하고, 내부로 눈을 돌려 인체의 면역력과 저항력을 키우고 스스로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 조화로운 몸과 마음의 상태로 만드는 방법과 기술들에 더 집중해야 고통스런 질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황제내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불치이병 치미병(不治已病, 治未病). ‘병이 이미 걸린 상태에서 치료하기 보다는 병이 걸리기 이전에 치료하라.’
감기와 독감에 대한 대처방법도 이젠 외부의 병균퇴치도 신경을 써야하지만 내부의 면역력을 강화시켜 몸 스스로 병균을 몰아낼 수 있는 자연치유력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건강법이 아닐까 싶다.
글. 장윤혁 BR브레인한의원 원장 | www.brclin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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