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을 많이 짓는 방법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한의 당(黨)· 정(政)· 군(軍) 매체들은 19일 12시 중증 급성 심근경색과 그 합병증으로 17일 오전 8시 30분 전용열차 안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공식 나이 69세다.
김정일은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하자 한동안 특이한 '유훈(遺訓) 통치' 시대를 통해 1998년 국방위원장에 취임, 북한을 통치해 왔다. 실제로는 1974년 2월 이후 '당 중앙(黨 中央)'이란 이름으로 사실상 북한을 다스려 왔기에 그의 북한 통치 기간은 37년에 이른다. 3대 세습 66년에 걸친 북한의 봉건적 행태는 2009년 개정된 북한 헌법 전문(前文)의 '조선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사상과 영도를 구현한 주체의 나라이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조선의 창건자이며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始祖)'라는 구절에 집약돼 있다.
2천4백만 주민이 사는 나라의 절대 권력이 부·자·손(父·子·孫)에 걸쳐 상속된 역사는 봉건시대이후 지구 상에 북한의 김씨 왕조뿐이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가고 오는 것이 하늘의 법이거늘 누가 막으랴. 다만 눈 깜빡할 사이의 삶의 기간에도 언제나 창조의 힘을 발현하는 것이 밝은이들의 선택이다. 고구려인들이 아침, 저녁으로 애국가처럼 불러 기꺼이 법으로 지켰다는 을밀선인의 ‘다물흥방가(多勿興邦歌)’를 살펴보자.
“먼저 간 것은 법(法)이 되고, 뒤에 오는 것은 상(上)이 되는 도다. (先去者爲法 後來爲上)
법은 나지도 죽지도 않고 상은 귀함도 천함도 없도다. (故不生不滅 故無貴無賤)
사람은 천지 중에 하나이며 마음과 정신의 근본도 하나다. (人中天地爲一 心與神卽本爲一)
고로 빈 것과 찬 것은 같으며 정신과 사물은 둘이 아니다. (故其虛其粗是同 故惟神惟物不二)
- 중략 -
내 자손이 나라를 위하니 태백교훈이 내 자손의 스승이 되는 도다.
때문에 모두를 고르게 가르치는 스승이 되고 그 가르침은 새롭지 않은 것이 없도다.
(我子孫善爲邦兮 太白敎訓吾所師 我子孫故 通無不均 故無敎不新)
-태백일사 고구려 본기-
어김없이 올해가 가고 새해가 온다. 내년은 단기 4345(2012)년 임진년이니 준비 없이 당한 1592년의 임진왜란을 철저하게 돌아보면서 격랑의 한반도와 아시아를 경영하여야 한다.
특히 내년은 인류의 의식이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진화하듯이 물질문명의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천년의 정신문명의 문을 여는 첫 해이다. 민족의 정신 중심인 홍익공동체에서는 많은 준비 끝에 바로 내년이 그 원년의 해임을 선포하였다. 선조들이 그렇게도 갈구하며 예언하신 개벽의 첫 해이니 인류 역사상 ‘코페르니쿠스’ 적인 대 전환이다. 마치 용이 구름을 만나 승천하듯이 나와 민족과 인류에게 꿈과 희망이 가득한 큰 복(福)을 창조하여야 한다.
새해 벽두가 되면 으레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덕담을 나눈다.
그러나 이것은 원래 우리 조상님들의 인사법이 아니다. 우리 선조들은 ‘복 많이 지으세요.’ 하셨으니 ‘받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만들어 내’ 라고 하신 것이다. 단군님들의 깨달음을 천하에 펼쳐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육성하고, 진리로써 조화를 이루는 이화세계(理化世界)를 가꾸는 당당한 의식이 바로 ‘복 많이 지으세요.’ 라는 간단한 덕담에 다 들어 있다. 바로 ‘인간이 신과 하나’라는 신인합일의 큰 창조의식의 발로이다. 진대법으로 백성을 구휼(救恤)한 고구려의 을파소 재상의 미처 세상이 모르는 더 큰 공적이 있으니 <참전계경(參佺誡經)>을 엮어 백성을 교육을 한 것이다. 고구려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참전계경>은 366사(事)라고도 하여 단군조선이전부터 이어온 ‘한민족’의 큰 가르침이다. <천부경>은 조화경(造化經), <삼일신고>는 교화경(敎化經), 치화경(治化經)인 <참전계경>은 인간이 일생은 살면서 겪을 모든 일들을 망라하여놓고 가장 천손(天孫)답게 풀어가는 지혜를 사회와 나라의 가르침으로 엮은 책이다. 고구려에서는 일 년을 366일로 쳤으니 마치 하루에 한 가지씩 익히라고 편집하신 듯도 하다.
많은 분이 유대교의 <탈무드 Talmud>를 인류의 보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탈무드는 주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의 계약관계에 대한 거래에 관한 풀이이다. 우리의 <참전계경>을 깊게 체득한다면 인간과 인간, 인간과 하늘, 인간과 땅과 식물, 동물, 만물에 관하여 조화로운 홍익의 관계설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한즉, <탈무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더욱 웅혼하고 크고 밝아서 인간이 아니라, 진정 하느님의 의식으로 만든 것이라는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그 참전계경 제232사에 복(福)에 대한 정의가 있다. ‘복이란 선한 일을 했을 때 찾아오는 경사(慶事)로서 여섯 가지의 문(門)과 마흔 다섯 가지의 집(戶)이 있다.’ 6가지의 큰 문과 45가지의 작은 문으로 오는 것인 복이라는 말씀이니 인간이 지을 수 있는 복이 많고도 참 많다. 복이 들어오는 여섯 개의 큰 문을 상징하는 글자는 인(仁), 선(善), 순(順), 화(和), 관(寬), 엄(嚴)이다. ‘유관순(柳寬順)’ 열사의 이름처럼 우리나라 국민들의 이름에 가장 많이 들어 있는 글자이기도 하다. 그 만큼 한민족은 복에 대한 뜻과 어찌 하면 복을 만들 수 있는 가에 대한 감각과 훈련이 출중하다. 복은 버릴 것은 아낌없이 버리고 취할 것은 과감하게 취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로마가 천년제국을 이어간 것도 비록 적국의 것이라도 더 좋은 것이 있을 때는 과감하게 취한 리더들과 국민적인 합의로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간 것은 법(法)이 되고, 뒤에 오는 것은 상(上)이 되는 도다. 법(法)은 나지도 죽지도 않고 상(上)은 귀함도 천함도 없도다.‘ 신구, 좌우, 남북, 모든 것은 나지도 죽지도 않고 귀하지도 천하지도 않다고 한다. 각계각층 모두 합심의 조화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천년의 정신문명 시대를 열어가는 큰 복을 창조해보자. 까치소리처럼 반가운 뉴스가 가득한 새해를 창조하자.
“임진년에도 복 많이 지으세요.”
사) 국학원장(대), 한민족 역사문화 공원원장 원암 장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