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으로 이루어진 나라 - 시대정신 2012 [5편]
오래된 고대 세계는 온전히 종교적이었고 무신론적이었다…전체 우주는 살아 있었으며 사람의 육신과 연결되어 있었다. 오늘날의 우리가 생각하는 신과 같은 존재는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인류의 삶에는 근심 걱정이 전혀 없었으며, 즐겁고, 기쁨으로 충만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타락한 이후의 삶은 '끔찍하고, 야만적이고, 짧은 것'이 되었고, 너무나도 많은 슬픔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래서 인생은 무수한 세대를 통하여 '극락왕생하기 전에 잠시 거쳐가는 정거장'이라고 설득시켜야만 버텨낼 수 있게 되어 버렸다.
- 스티브 테일러 <자아폭발 - 타락> -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해 지기를 원한다고 할 때 주로 관심을 갖는 것은 타인의 물질적 안녕, 행복함, 신뢰 또는 사회적 안정에 관해 이야기 하기 보다는 오히려 경제적인 관념을 통한 수치들, 즉 국내총생산(GDP), 소비자물가지수, 주식시장의 가치, 인플레이션률 등을 이야기한다. 어느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은 판매된 상품과 서비스 가치의 측정치이다. 마치 이런 것들이 우리 삶의 질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 중에서도 주로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경제 성장률(GDP성장률)이 몇 % 인가이다.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상품과 서비스의 확대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러한 상품 및 서비스의 확대가 건강, 행복, 평화로 연결되는 것으로 믿고 살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소원 중 하나가 바로 불치병인 암을 정복하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바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약이 발견되어서 모든 사람들이 건강해지고 그래서 병도 나지 않고, 약도 먹지 않고, 병원을 이용하지도 않게 되면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건강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면 이제 일자리가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의료 산업은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더 많은 약품이 필요해질 때 성장하고 발전하게 된다. 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 생애에 걸쳐서 철저한 예방 교육, 훈련을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겠지만 기존의 의료산업 종사자에게는 그다지 반가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어떤 범죄인이 경찰서에 잡혀와서는 동업자끼리 잘 봐달라고 했다고 한다. 왜 경찰이 동업자냐고 물었더니 자기 같은 범죄자가 없으면 범죄를 단속해야 할 경찰이 뭘 해서 먹고 살 수 있겠냐고 큰 소리쳤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안녕을 위해서 존재하는 모든 사법 활동은 범죄가 많으면 많을수록 활발해진다. 그래야 사법 분야의 고용인은 늘어나고 경제가 활성화하게 된다. 범죄가 완전히 사라지면 우리의 사법체계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 대부분은 일자리를 잃고 경제가 퇴보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점차 민간기업이 교도소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민간기업이 획기적인 이윤을 올리려면 기업의 고객, 즉 구속된 범죄자 수가 대폭 증가해야 한다. 수감자가 많아지면 기업의 주가도 올라간다. 물론 미국의 경제도 성장하게 된다.
지금 정치 분야는 국민의 분열과 상호 대립을 기반으로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선거를 통해서 지도자를 뽑는다. 가장 효율적으로 선거에서 이기려면 유권자들을 최대한 분열시켜 놓아야 한다. 만약 유권자를 5개 세력으로 분열시킬 수 있다면 산술적으로 5분 1의 유권자만 가지고도 권력을 차지할 수 있다.
왜 우리 사회에는 집단 간의 대립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걸까? 사회의 통합을 이루고 국민의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하지만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국민을 끊임없이 분열시켜야 하는 것이 현재의 정치 상황이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장기간 권력을 보장받으려면 가장 강력하게 대립하는 두 개의 정당이 국민의 관심을 분열시키는 것이다. 극한 투쟁과 대립으로 모든 국민의 시선을 독차지하게 되면 다른 정당은 존재할 수 있는 기반을 잃게 된다. 이를 통해 두 개의 정당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권력을 나누어 갖게 된다. 즉 국민을 대립시키는 것이 정치생존의 비결인 셈이다.
정치인들은 대화합을 바란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대립하여 국민을 분열시킨다. 만약 국민이 화합하여 진정으로 한 마음이 된다면 그 날이 정치인에게 주어진 권력의 마지막 날이 된다. 국민이 화합하면 정치인의 권력은 줄어들어 마침내 사라진다. 모든 권력은 국민들의 합의된 의사에 의해서만 100% 작동된다. 그러면 정치적 경쟁과 홍보 등 선거와 관련된 많은 직업은 사라지게 되고 우리는 어처구니없게도 경제 성장요인을 또 하나 잃어버리게 된다.
피터 죠셉의 <시대정신 3편 The Zeitgeist : Moving Forward>을 보면 지금의 서구식 경제가 지향하는 모순점을 지적한 다음과 같은 사례들이 나온다.
수년 전에 월스트리트 저널 사설에 '뇌손상을 입은 투자자'의 교훈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었다. 이 사설에서는 어째서 가벼운 뇌손상을 입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뇌 기능을 가진 투자자들에 비해 더 월등한지에 대해 설명한다. 왜 일까? 경미한 뇌 손상환자는 공감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월스트리트는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양성한다. 월스트리트로 가서 결정을 하고 아무런 거리낌없이 거래를 하는 것도 그들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런 로봇을 양성한다. 이들은 영혼이 없으며 그들은 이제 길들여진 로봇과 같다. 인조인간 말이다.
만일 골드만 삭스에 근무하는 누군가가 칵테일 냅킨 위에 200억 달러(20조원)라고 적어서 그것을 JP 모건 담당자에게 팔고 JP모건 거래 담당자가 이 칵테일 냅킨에 200억 달러(20조원)를 적어서 술집에서 두 사람이 그 두 냅킨을 교환하여 거래한 것으로 보고하고, 그들 자신들에게 각각 거래 수수료를 0.25%씩 부과한다면 그들은 크리스마스 상여금으로 엄청난 보너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 주식시장과 월스트리트에서 벌어지는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과 전혀 상관없는 화폐투기적 돈의 흐름은 완전히 광기 수준에 도달했다. 월스트리트와 세계 주식시장 때문에 이제 줄잡아 700조 달러( 70경원 ) 가량의 미지불된 사기적 청구권인 파생상품이 무너져 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집계된 총 금액은 전 세계 GDP의 10배가 넘는다.
전쟁은 이 모든 광기의 결정판이다. 미국의 군수산업은 경제성장을 이끄는 커다란 원동력이자 죽음과 파괴를 초래하는 무기들을 생산하는 가장 수익성이 좋은 산업 중 하나이다. 이 산업이 가장 즐기는 사업방법은 무언가를 완전히 파괴해 버리고 그 후 그곳에 가서 그것들을 다시 건축하는 것이다. 이윤을 위해서 말이다. 우리는 이라크 전쟁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수 십억 달러의 계약들을 통해서 이를 확인했다. 전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1994년 미국이 북한 핵 시설을 폭격하기 위해서 주한미군의 가족들을 대피시키며 한반도에서 전쟁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미국의 북한 핵시설 공격으로 북한의 남한 공격에 예상되는 피해 규모가 약 300만명 사망에 1조 달러( 약 1,000조원 ) 규모의 경제적 피해를 예상했다고 한다. 당시 대한민국의 60만 군대는 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김영삼 대통령의 반대로 폭격은 무산되었지만 만약 폭격이 이루어져서 남북한간 전쟁이 발발했다면 남북한은 6.25의 폐허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그 댓가로 누군가는 엄청난 경제적 부를 얻었을 것이다.
2차대전후 패전한 일본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한국에서 6.25 전쟁이 발발하자 일본의 지도자들은 하늘(?)이 준 선물이라며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행복하기 위해서 물질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는 경제 지상주의에 몰입되어 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금 불행한 이유는 경제를 지탱하고 모두가 먹고 살기에 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에는 모든 인류가 먹고, 사용하고도 남을 만큼의 충분한 식량과 물질이 있는데도 말이다.
이 순간에도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각종 사회악을 발생시키며 이와 공생하는 사회 권력구조를 마치 정상인 것처럼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 언젠가는 이 모든 악이 사라질 거라는 소박한 믿음과 함께….지금 대부분의 우리 사회의 권력을 잡은 계층은 이러한 사회악의 발생을 전제로 형성되어 있다. 만약 사회악이 사라지면 기득권층과 권력층도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기득권세력이 현 시스템하에서 권력을 지키려면 사회악이 활발히 존재해야 한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언젠가 나의 스승이신 일지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께서 하신 말씀을 기억한다.
"사람들은 우리 조상이 오 천년 전에 물려준 '홍익弘益'이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모르고 산다. 두루 이롭게 한다는 것은 평범한 단어 같지만 거의 영적인 완성을 이룬 사람만이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거다. 두루 이롭게 하는 정치, 두루 이롭게 하는 경제, 두루 이롭게 하는 교육 등등…..! '홍익弘益'이라는 한마디 안에는 이 타락된 세상을 확 바꾸어 버릴 수 있는 무서운 힘이 들어있는 거다……! 그 한마디에 세상을 바꾸는 씨앗이 들어있는 것이다…5천년 간직해온 씨앗이…그리고 그게 이제 대한민국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5천년만에 !"
글: 한승용 국학원 학술이사
출처: 코리안스피릿 http://www.ikoreanspiri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