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순이와 요다 이야기
속리산에는 <상고사>를 연구하는 고암 선생이 살고 있다. 그 집에 놀러갔더니 강아지 두 마리를 주면서 가져가란다. 대둔산에도 진돗개가 두 마리 있는데 이런 발바리를 가져다 어디 쓰냐고 하니, 그래도 풍류도 사람들이 맘이 좋으니 누구라도 주라고 꼭 가져가라 한다.
강아지를 보내기가 힘들어 새끼를 못 가지게 했는데, 어딜 갔다오더니 새끼를 낳아 왔단다. 몇 마리는 이웃사람 주고, 남은 두 강아지는 시장에 내다 팔려고 아내하고 버스를 타고 가는데 아내가 눈물을 뚝뚝 흘렸단다.
"내 차마 내다 팔지 못했네. 이 동네 사람들 주면 복날에 잡혀 먹힐 게 뻔 하니 자네가 데려가주게."
그 말을 들으니 안 가져갈 수가 없어서 결국 차에 실어 대둔산으로 데리고 왔다. 누굴 주려니 마땅한 사람은 없고, 마침 개를 좋아하는 직원이 있어 식구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 |
 |
|
| ▲ 요다(왼쪽)와 도순이(오른쪽) |
이제 이 놈들 이름을 지어 줘야지. 팔자가 좋아 풍류도에 왔으니 누렁개는 도를 닦으라고 '도순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흰 개는 뭐라 부를까 고민하다 영화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직원이 '요다'가 어떻겠냐고 한다. "그래 스타워즈 해라"하고 '요다'라고 부르기로 했다.
강아지가 얼마나 이쁜지 하루 종일 쳐다만 봐도 기분이 좋아졌다. 순수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루는 '요다'랑 놀다가 너무 이뻐 안아주고 비벼주고 있는데, 한 사범이 와서 한번 안아보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자 받아라"하고 던져주니 사범이 깜짝 놀라서 손을 빼버리는 바람에 강아지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요다가 땅바닥에 그대로 떨어지면서 '깨갱 깨갱'비명을 지르며 도망간다.
"아이쿠, 내가 다 놀랐다! 요다야, 내가 잘못 했다. 본의가 아니여, 너 이쁘다고 한 건데 미안쿠나."
요다는 그날 이후부터 나만 보면 슬슬 도망가기 시작했다. 누렁이 도순이는 잘 따르는데, 요다는 오징어를 주어도 주위만 서성일 뿐 다가서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도 그 기억이 많이 남았는지 계속 주변만 맴 돈다. 아무리 미안타고 이야기를 하고 쓰다듬어 주어도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으니 개도 마음에 상처가 있지만,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한 나도 상처가 되었다.
그 후 거의 보름간을 집중해서 요다의 상처를 아물게 하려고 별의별 것을 갖다주며 유혹을 하니 그제서야 조금 마음을 열었다. 하지만 완전하게 열지는 않았고, 요다가 떠나가는 2년 동안 애를 써보았지만 완전하게 마음을 풀어내는 데에 실패를 했다.
강아지 요다를 늘 지켜보면서 장난삼아 했던 행동에 많은 반성을 했고, 사람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조심하려고 노력을 했다. 가볍게 농담삼아 던진 말에 상처를 입고 오해가 되어 문제가 생기거나 발길을 끊기도 한다. 그때마다 가슴이 아파 불러 달래기도 하고, 밤새 이야기를 하면서 오해를 풀려고 해도 순수한 마음에 입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그간 알게 모르게 요다 같이 상처를 입은 분들께 이 글을 빌어 심심한 사과를 올리고자 한다.
| |
 |
|
| ▲ 강아지 '요다' "그래, 너 스타워즈 해라" |
그 후 두 강아지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다행히 사람보다도 개를 더 좋아하던 직원을 만나 강아지들의 운명은 달라졌다.
자기 밥은 안 먹어도 강아지 밥을 더 챙겨주고 식구처럼 지극 정성을 다해주니 개들이 아주 좋아졌다. 대둔산 맑은 정기에 개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까지 만났으니 개 팔자도 참 상팔자다. 신주단지 모시듯 개를 돌보는 직원을 보면 질투섞인 목소리로 한마디 한다. "개는 개처럼 살아야 개다." 만날 때마다 잔소리를 했더니 듣기가 싫었던지 개 두 마리를 데리고 계룡산 자락으로 들어갔다.
떠나고 나니 더 보고 싶어졌는데 며칠 전 도순이가 새끼 6마리를 낳아 경사가 났다고 연락이 왔다. 그리고 새끼강아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새끼 강아지 이야기를 들으니 불현듯 옛 생각이 떠올라 이렇게 글을 써본다.
얼쑤!
소식제공: 신현욱 풍류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