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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열린 날 2012.10.16  조회: 3042

작성자 : 관리자

하늘이 열린 날

 

개천절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국경일이다. 대부분 개천을 BC2333년 10월 3일에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날은 단군이 나라를 세운 날이다. 고려 말 이암선생이 쓰셨다는 ‘단군세기’에는 ‘개천 1565년 10월 3일에 이르러 신인왕검이란 사람이…(생략) 임금으로 추대하여 단군왕검이라 하였다’란 기록이 있다. 이는 왕검이란 단군이 아사달에 고조선을 개국하기 1565년 전에 거발한(주-머리가 되는 임금, 근본이 되는 임금) 환웅이 신시에 배달국을 세웠는데 그날이 개천이란 의미다.

우리나라의 근본은 하늘이라 했다. 원래 개천절은 음력 10월 3일인데 그 시기가 우리 고유의 제천행사와 일치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 조상은 예로부터 음력 10월을 상달이라 하여 1년 농사를 마감하고 그해 수확한 곡식으로 감사하는 제천의식을 지내왔다. 이는 고구려의 동맹, 부여의 영고, 예맥의 무천 등으로 확인되는 역사적 사실이다. 지금도 여러 전통 민족단체들은 음력 10월 3일에 제천의식을 행하고 있음은 개천과 제천 모두가 하늘과 통하는 공통의 정신문화존속이라 여겨진다. 개천절이 경축일로 제정된 것은 1909년 중창(重創)된 나철의 대종교에 의해서였다. 이를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그대로이었고 8?15광복 후에도 개천절을 국경일로 공식 제정하여 해마다 기념하고 있다. 다만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음력이 양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 얼마나 의미 있는 날인가? ‘반만년 역사 유구한 우리 문화’라는 문구를 마음껏 외칠 수 있는 당당함에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은데 오늘의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언젠가부터 정부의 공식행사인 개천절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개천절이 의미가 없는 날로 선정되어 어린이날, 현충일과 함께 지정 요일제로 하겠다고 해서 반대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우리나라 4대 국경일에서 개천절을 제외하면 삼일절과 제헌절 광복절 모두가 일본 침략으로 생겨난 기념일이다. 그 역사성이란 100년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최근세의 기념일에는 대통령이 참석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얼마나 웃기는 일인지 모른다. 우리가 물이라면 솟구치는 샘의 근원이 있을 것이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어야 당연하다는 민족시원의 기념일이 정부로부터 이렇게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라가 번성할 때면 그 민족은 문화나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큰 힘을 발휘하지만 나라가 위태하면 문화,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도 약해지기 마련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던 30여 년 전에는 경제 활성화로 우리의 국력이 높았다. 따라서 민족과 문화에 대한 자부심도 높았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는 전통문화나 역사에 대해 자부심과 긍지는커녕 오히려 민족이 부담스럽고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민족의식에 대한 정체성을 찾기 어렵다. 이런 우리 사회에 나라의 중심철학은 있는 것인지 걱정이다.

우리나라 지도층은 대부분 성공한 사람이나 외국인, 대기업가를 만나기 때문에 그들의 사고방식도 그들과 대동소이해서 국내문제보다는 대외정책과 밀접한 대기업의 어려움을 위주로 당면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위선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모습이 오늘의 현실이다.

중국역사에 우리 역사가 편입되는 동북공정이 진행되어도 대기업의 중국 수출을 우려해 마찰 없는 조용한 외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온 것이나 글로벌 인재를 우선하고 민족을 위한 인재나 단체는 멀리하며 우리 고유의 민족문화와 역사를 등한시한 결과 우리 사회는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이러하니 중국이 아리랑, 농악 등 우리 문화유산을 자국의 것으로 선전하고 2 만리 장성을 발표하는가 하면, 일본도 과거사 반성은커녕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움직임이 거세 진 것이 아닌가.

천문대장 박석재 전 서울대 교수는 하늘을 제대로 알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며 “우리는 하늘의 자손이면서도 하늘을 잊고 살았다. 우리에겐 천문학적으로 검증된 해와 달과 별을 관찰한 문헌기록이 있고, 5500년 전에 만든 동양문화의 정수인 태극기도 있고, 우주의 상징인 첨성대가 있으며 밤길을 인도하는 북극성과 자연으로 회귀하는 북두칠성문화도 있다. 그 기록과 문화 풍습이 오늘날까지 전해온 것은 강력한 국가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증거들이다”라며 ‘개천기’라는 소설까지 낸 바 있다.

개천이란 제천행사로 알 수 있듯 내 안에 있는 ‘하늘과 만나는 것’이다. 하늘을 만나는 것은 바로 ‘마음을 여는 것’, 즉 나를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나 자신과 터놓고 대화를 해보며 내 안에 진실이 무엇인지, 자신을 성찰해보고 양심의 소리를 들어보는 것이다.

나 자신과 개천을 이룬다면 주위의 누구와도 개천을 이룰 수 있다. 부부는 물론 가족, 이웃과 직장동료와 하나가 될 수 있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모든 만물과 하나 되는 것이 바로 천지인 정신이요. 우리나라 교육이념인 홍익인간정신이다. 그 정신으로 중국과 소통하고 일본과 소통하고 지구촌 모두와 소통한다면 금세기의 최대위기는 눈 녹듯 사라지리라.

우리 국학원과 민족단체들이 추진하는 단기연호 병기 법제화와 함께 10월 3일 개천절 정부공식행사에 대통령을 비롯한 대선주자들이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시민운동은 바로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만물과 소통하는 우리 정신 홍익 철학을 되살리려는 시도이다.

더 이상 집단이나 자신의 이해관계로 어려움에 봉착한 우리의 정체성문제를 외면하지만 말고 소통으로 굳건하게 세우기를 바라며 하늘이 열린 개천절 기념식에 지도자들이 참석하여 정체성을 확고하게 세웠으면 싶다.


도봉 국학원장 김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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