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이야기18 - 우리의 원시사상으로
단군신화에서 형성된 우리의 원시 심상과 상징성을 오늘에 살려내야
신화는 개인의 창작물이 아니다. 그것은 집단 의식의 산물이다. 공동체가 인정하지 않고 수용치 않을 때는 신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신화는 과학적이냐, 혹은 합리적이냐의 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 내용이 담고 있는 상징성에 의미가 있다. 그것도 인간의 언어로 표현키엔 부적절하다. 인간의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만 말로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단군신화는 한민족의 집단적 무의식을 담고 있다. 그것은 한민족이 공통적으로 지닌 유전자적 특징을 말한다. 대부분의 현대적 갈등은 서양의 이분법적 사유체계에 원인이 있다. 이른바 A형 사고논리다. 지금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반목과 갈등도 서구화가 안겨준 서구의 이분법적 A형 사고논리의 결과다.
단군신화는 ‘우리’라는 한민족 집단의 무의식이 출발하는 지점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모든 가치가 여기서 시작되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 문화의 심층만이 아니다. 인간심리의 심층에서 인간의식과 행동을 제약하고, 역동케 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김열규교수의 신화에 대한 해석이다.
한민족 무의식의 출발 지점
단군신화의 구체적이며 역사적인 진실성 문제는 신화접근의 방식이 아니다. 단군신화로부터 형성된 우리의 원시 심상과 이를 형성하는 요소와 상징성을 오늘에 살려내면 그만이다. 왜냐면 신화는 합리적 사실의 기록이나 전승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간의 존재근원에 신성을 부여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래서 단군신화는 우리를 한 줄기로 엮는 뿌리가 되었고 문화공동체의 정통성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문화적 정통성의 본적이기도 하다.
신화는 상징 언어들의 집합이다. 그렇기에 단군신화의 심리가 한민족 심리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신화라는 개념은 아니었을 것이다. 구전되는 과정에 변형되고 다듬어지면서 하나의 공통된 원초의식이 완성된 각본으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공동체에 의해 수용된 가치와 심상이기에 오랜 세월을 견디어 낼 수 있었다.
단군신화는 신에 의한 인간세계의 질서를 세운 것이 첫째 상징이다.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대상으로서의 세상이 환인, 환웅으로 표현된 신에 의해 선정됐다. 그리고 3000의 무리를 이끌고 풍백과 우사, 운사가 함께 세상으로 내려왔다. 이화(理化)의 대상으로 이 세상을 택했다. 이 말은 환웅 강림 이전의 웅족이나 호족의 사회는 인간적 질서가 없는 자연의 한 부분으로 동물적 세계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환인은 ‘아들의 뜻을 알고 삼위태백(三危太白)을 살펴보니’라는 말이 나온다. 홍익을 하기 위한 땅을 찾는 환인, 곧 하느님의 자비의 시각이다. 원환시각(圓環視覺)이라고도 한다. 평등과 자비의 눈길이다.
이런 신의 시각이나 역할도 인간의 필요성에 의해 부각되는 인간중심 사상이다. 그렇다고 인간만을 위하자는 것이 아니다. 상보와 상인의 관계로서의 평등관계다. 이것이 우리의 변치 않는 정신문화의 뿌리이며 모든 종교에 담겨 있는 철학이고 이념이기도 하다. 각박한 오늘의 심성을 그때로 돌려보자.
이형래 [세계역사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