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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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찬 민족 기찬 나라 2009.09.19  조회: 3395

작성자 : 장영주

기찬 민족 기찬 나라

 

“군은 사기(士氣)를 먹고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기가 찬다. 기가 막힌다, 기품(氣의 品格(품격)이 있다. 기색(氣의 色)을 살핀다. 기분(氣의分配)이 좋다(造化롭다), 나쁘다(나만 알뿐이다) 온기, 냉기, 일기, 분위기, 기후, 음기, 양기, 전기, 자기, 천기, 등등 일상생활에서 불식간에 氣라는 말이 늘 쓰여 지고 있습니다. 한민족은 가히 “기”의 민족입니다.
기품이 있었거나 패기를 잃었거나 우리의 역사와 문화의 핵심 키워드는 “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氣)란 무엇인가?


기란 순수한 우리말로 “키”라고 합니다.
키가 컸다는 것은 기가 성장 했다는 뜻입니다. 기란 존재에 근원으로부터 온 생명의 흐름입니다. 그러므로 기는 우주 전체에 편만(遍滿)해 있고 당연히 우리의 몸에도 존재 합니다. 몸의 밖을 보호하는 외기(外氣)와 안을 도는 내기(內氣)가 있고 이를 합쳐 위기(衛氣)라고 합니다. 대기권이 외계의 물질로부터 지구를 감싸 보호하듯이 우리 몸을 호위하고 있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위기는 12경락을 타고 2시간에 한 번씩 중심 장기를 북돋우면서 하루에 한번 몸 전체를 흐릅니다. 시간과 공간 속에서 기의 흐름이라는 질서에 알맞은 행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 지는 것이고 어긋나면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자연에 사는 도마뱀은 기의 상태가 건강한 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현대인은 위기가 빠져 나가 사라 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노출 된 그곳으로 병균과 어두운 감정이 무방비로 침입하여 악순환을 일으킵니다. 

또 한문(漢文)으로써의 기(氣)라는 뜻은 솥에 든 쌀이 물이 끓었을 때 김이 솟아오르는 형상 입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기가 빠졌다, 김샜다, 힘 빠졌다’를 같이 쓰고 있습니다. 지기도 땅 김, 땅 힘, 땅 심(기=김=힘)이라 하여 ‘김을 맨다’ 즉 땅의 힘이 유실 되지 않고 맺히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기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에너지의 흐름을 말 하는 것으로 기를 통해서 보이지 않는 세계를 살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를 수련하고 친숙해지면 보이지 않는 세계와 원리가 쉽게 터득됩니다. 우리 선조들은 이러한 기를 생활 속에 활용하는 세계 제일의 기찬(기가 가득 찬) 민족이었습니다. 특히 화랑을 비롯하여 강감찬, 을지문덕, 김유신 등 민족을 지키는 장졸들은 필수적으로 명산과 명승을 찾아 좋은 지기를 받아 기를 수련하였던 것입니다. 미국은 21세기를 기의 시대라고 선언하였으니 이미 이러한 삶을 장구한 역사 속에서 체득 하셨던 우리 선조들의 혜안이 놀라울 뿐입니다. 

물고기는 수해(水海) 즉 물의 바다에서 살고 인간은 기해(氣海), 기운의 바다 속을 헤엄치며 살아가는 생명체입니다. 이처럼 인간은 항상 기운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늘 나를 감싸는 기운을 맑고 밝게 가꾸어야 하고 주변 분위기를 항상 기분 좋게 하여야 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화로우려면 내 스스로 기를 주관할 수 있으면 됩니다. 이 기운이 내 몸속에서 하늘과 땅과 인간의 조화를 부리면서 참된 인간으로 성장하고 완성해가는 것입니다. 

이토록 시작도 끝도 없는 천지의 기운은 내 몸 속의 12경락을 타고 중요 장기에 2시간씩 작용하면서 하루를 흐릅니다. 그러므로 기의 흐름과 나의 행동을 잘 조화시켜 기가 가득 차도록 하루하루를 기차게 잘 다스려야합니다. 어느 곳에서 시작하고 어느 곳에서 끝나는지 모를 영원한 우주의 흐름이 내 몸에 흐르기에 그에 순응하고 맞춰 살아야합니다.

 

하루 기상시간에 맞춰 기의 운행과 몸의 관계를 알아보겠습니다.

* 인시(寅時 03~04시; 폐)― 자리에서 일어나라.
(의식적인 호흡이 시작되며 대장이 아울러 서서히 작용 시작.
이때는 폐를 강화하는 단전호흡과 절 수련이 좋음)

* 묘시(卯時 05~07시; 대장)―반드시 대변을 보라.
(폐의 기능이 활발할수록 대장이 왕성 함)

*진시(辰時 07~09시; 위장) - 진지(진시에 할 일)를 들어라
(진시에 아침식사를 꼭 챙겨 먹고 저녁 식사는 가볍게 하라)

*사시(巳時 09~11시; 비장) - 하루 일을 시작하라.
(진시에 음식물을 꼭 섭취-아침식사-해 줘야만 기능이 가장 왕성한 사시에 비장이 활동하게 되어 5장에 고루 영양분을 공급)

*오시(午時 11시~13시; 심장) -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라.
(심장의 기운이 왕성한 오시에는 과격하고 무리한 활동 피함)

*미시(未時;13~15시; 소장) - 열심히 일하라.
(소장-식품가공 공장-의 기운이 왕성. 간장, 심장, 비장을 대신해서 활동)

*신시(申時 15~17시; 방광) -몸을 편안히 하고 피부 보호하라.
(위장, 폐의 도움을 받아 몸 안의 모든 잔재를 정화시킴.
신시부터 오장육부와 피부의 긴장이 풀림)

*유시(酉時 17~19시; 신장) - 집에 들어가 가벼운 음식을 취하라.
(피를 걸러내고 정화하여 우리 몸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노폐물 제거)

*술시(戌時 19~21시; 심포) - 음식물을 먹지 말라.
(피의 양이 적어져 체내의 온도는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몸은 피로한 상태.
책을 보고 공부를 하며 내일을 설계 함)

*해시(亥時 21~23시) - 따뜻한 잠자리에 들어라.
(뜨거워진 피의 증발로 어혈과 같은 불순물이 생겨나고 피가 혼탁해지며 피의 양 이 충분하지 못하게 됨)

*자시(子時;23~01시, 담) -반드시 자고 있어야한다.
(담의 기운이 머리의 뇌수를 운반, 척추를 통해 365골절의 한 마디 마다 진액을 공급 함)

*축시(丑時;01~03시, 간) - 충분한 수면을 취하라.
(피를 깨끗하게 해주는 간의 해독작용이 왕성 함)

 

그런가 하면 일 년의 운행도 우리 몸의 기를 변화시킵니다.
봄은 간이 극히 예민해 지고 여름은 심장이, 가을은 비, 위장이 왕성해져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하고 겨울은 신장이 긴장하게 됩니다.

인간의 일생도 마찬가지로 세대별로 기가 집중 되는 곳과 작용이 다릅니다. 이 기가 스스로 운행 하는 것을 기운(氣運)이라고 하고 인간이 훈련에 의해 의식적으로 다스리고 돌리는 것을 운기(運氣)라고 합니다. 기운과 운기는 스스로가 기의 주인인가 아닌가를 가름 할 정도로 큰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기운의 주관자는 누구겠습니까?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합니다.
화랑들이 몸과 마음을 닦았던 선도에 심기혈정(心氣血精)의 원리가 있습니다. 마음이 있는 곳에 기가 있고, 기가 있는 곳에 피가 있고, 피가 가는 곳에 정력, 즉 행동력이 있다는 원리입니다. 이러한 마음의 의지로 기운을 다스리고 조정할 수 있습니다.

 

기로 무엇을 할 것인가?
이 기로 우리의 건강과 행복, 평화를 조율할 수 있는 열쇠로 쓸 수 있습니다. 보이는 우리 몸의 건강과 보이지 않는 정신의 건강이 기로써 연결되어 있고 둘러싸여 있습니다. 다른 민족의 기수련과 한민족의 기수련이 다른 점은 이 기의 파워와 정보를 통해 개인의 육체와 마음은 물론 조직이나 사회의 건강과 행복과 평화를 다스리는데 있습니다.

 

기를 다스리는 원리인 수승화강(水昇火降)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수승화강이란 차가운 물의 기운은 위로 올라가 머리를 식히고, 뜨거운 불의 기운은 아래로 내려와 하체와 신장에 충만한 열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태양의 뜨거운 열기가 아래로 내려와 물의 수기를 위로 중발 시키는 우주의 원리와도 같이 우리 몸의 작용도 그와 같아야 건강한 것입니다.

어느 유명한 명의가 자신이 죽을 때 남긴 평생의 의료비법이, 머리는 차게 배와 다리는 따뜻하게 하는 것이었다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고 합니다. 최근 유행하는 웰빙 건강법의 하나인 반신욕도 바로 수승화강의 원리에 따른 것입니다.

배꼽 아래 5센티미터 밑에서 또 안으로 5센티미터쯤에 있는 하단전이 뜨겁고 머리인 상단전은 차가운 것이 요체입니다. 우선 하단전에 중심이 잡히고 힘이 극강할 때 인체의 기의 흐름을 수승화강으로 운기 할 수 있는 자연적 순화의 힘이 생깁니다.

이 (하)단전치기를 옛 신라 화랑들이 많이 하였기 때문에, 화랑들이 모여서 단전치기를 하면 북소리처럼 온 산이 울리고 멀리 강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들에게까지 들렸다고 합니다. 옛 어른들은 이 단전에서 생각과 뜻이 우러러 나온다고 믿었고, 모든 힘과 정신의 근원으로 보았습니다. 이렇게 인체가 수승화강이 되면 몸을 이루는 정이 충만해지고 기운이 장해져 어른스러워지고 신이 밝아져 세상의 이치에 밝아집니다.

즉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인격이 이루어져 끝내는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지혜가 생겨납니다. 이처럼 훈련을 통해 의식적으로 운기를 하여 기의 주인으로써 우주의 기와 하나 되는 경지를 우아일체(宇我一體)라 하며 가장 큰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기를 중심으로 한 깨달음의 문화를 몸과 마음으로 끊임없이 가르쳐 주신 분들인 우리의 선조들이 지하자원보다도 더욱 귀한 세계적인 가치가 될 것입니다. 이런 대명제로 자신을 닦고 대중들에게 비전을 제시 했던 한민족의 이상은 당연히 넓고 밝으며 강한 것입니다. 다음에는 이런 기가 충만한 조직의 원리와 한반도의 충만한 기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장영주 | (사)국학원 교육원장 겸 한민족 역사문화공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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