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많이 받으세요.’ 와 ‘복 많이 지으세요.’
새해가 밝았다.
단기 4343년, 서기 2010년, 경인년은 백 호랑이띠의 해로 황금돼지띠 못지않은 길한 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6.25 동란 60년이 되는 해가 되므로 60년 국운 주기설에 의해 매우 위험한 해라고도 한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개인의 운세는 개인이, 집단의 운세는 집단 개개인이 빚어내는 일상의 삶의 질과 양의 총집합이다.
언제나 새해가 되면 우리는 의례 ‘복福많이 받으세요.’ 라는 덕담과 인사를 나누듯이 올해 역시 그런 인사로 시작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선조들은 ‘복 많이 받으라’는 대신, ‘복 많이 지으라.’고 인사를 하였다.
‘누군가에게 빌고’ 그 누군가가 ‘주는 복’을 앉아서 받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복을 만들어서 누리는 존재가 바로 당신’이라는 뜻이다. 복福이란 무엇인가? 혹자는 한문을 풀어 해석하기를 ‘밭의 곡식이 입으로 들어감을 보는(아는)것’이라 한다. 입으로 곡식이 들어가는 방법을 아는 일이니 참으로 복이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복은 무엇인가? 한민족의 3대 경전중의 하나인 참전계경(參佺戒經; 환국시대로부터 전해오는 경전, 성경팔리, 366事라고도 함.) 에는 ‘복이란 착함으로 받게 되는 경사慶事이니, 이에는 6문門과 45호戶가 있다.’하였다.
복이란 큰 문과 작은 문 가릴 것 없이 쏟아져 들어오도록 만들어야한다는 가르침으로 6개의 큰 문(仁, 善, 順, 和, 寬, 嚴) 과 45개의 각기 작은 문 있다는 것이다.
몇 가지의 예를 들어 보자. 첫 번째 복이 들어오는 큰 문인 인(仁 참전계경 제233조)은 ‘어짐’ 으로 ‘인은 사랑의 저울추와 같으니, 사랑은 무엇이나 사랑하지 않는 것이 없으므로, 이에는 혹 치우치게 사랑함과 사사롭게 사랑함이 있으니, 어짐이 아니면 능히 그 중심을 잡지 못하느니라. 어짐이란 봄기운의 따스한 날씨와 같아서 만물마다 피어나고 살아 나니라.’라고 풀이한다. 다시 나아가 ‘어짐’이라는 큰 문안에는 복이 들어오는 7개의 작은 창이 있으니 애인愛人, 호물護物, 체측替惻, 희구喜救, 불교不驕, 자겸自謙, 양열讓劣이 있다.
요사이 누구나 쓰는 애인이란 어떤 뜻일까?
참전계경 제234조 애인愛人 편에는 ‘밝은이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착한 사람도 사랑하고, 또한 악한 사람도 사랑하여, 악함을 버리고 착함에 나아가도록 하나니, 사람이 성내는 것을 화평하게 하여, 남과 원수를 맺게 하지 않으며, 사람의 의심을 풀어 주어 사람을 타락하게 하지 않고, 사람의 어리석음을 인도하여 자기 스스로 깨우치게 하느니라.’라고 정의 하고 있다. 그래야 복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복을 지음에 어찌 사람만 사랑하랴? 둘째 창으로 지어지는 복은 제235조 호물護物 로 ‘호물은 인간이 만물을 사랑하고 보호함이니, 무릇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은 진실로 사람대로 두고, 만물은 진실로 만물대로 그대로 두면, 반드시 사람의 구분도 없고 만물의 구분도 없나니, 밝은이가 만물을 포용함은 홀로 가지는 마음이라. 남의 가짐을 내가 가진 듯 하며, 남의 잃음을 내가 잃은 듯 하느니라.’ 라고 구체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남의 슬픔을 대신하라는 의미의 제236조 체측替惻에서는 ‘체측은 세상 사람들이 남의 딱한 근심을 당하고 있는 것을 보고도 딱하게 여기지 않지만, 오직 밝은이 만은 이를 딱하게 여기며, 세상 사람들이 남의 불쌍한 곤경을 당하고 있음을 보고도 불쌍하게 여기지 않지만, 오직 밝은이만은 이를 불쌍히 생각하나니, 딱하게 여기는 데에는 성실함이 있으며, 불쌍하게 여기는 데에는 진실함에 다다름이라.’고 가르친다.
나아가 제237조 희구喜救 에서는 ‘희구는 남의 급한 어려움을 보고 구하기를 좋아함이라. 남의 급한 어려움을 구원하는 데에는, 혹 공(功)을 위하여 구원하는 수가 있으며, 마지못해 하는 수가 있다. 오직 밝은이라야 공(功)을 위하여 구원하는 일도 없으며, 마지못해 구원하는 일도 없다. 남의 급한 것을 들으매, 문득 구원하기를 기뻐하며, 물질이 곤궁한 것을 보매, 문득 베풀기를 기뻐하는 것이니, 그 힘이 쇠잔하면 생각하고, 그 길이 멀면 바라보느니라.’고 한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작년 기축년 역시 우리는 쉬지 않고 변화하였다.
D램·TV·조선·휴대폰·자동차 등의 세계시장 점유율 사상최고를 갱신하였다.
반도체·휴대전화·디스플레이·자동차·조선 등 5대 주력상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엿다고 한다.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환율 효과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적극 공략한 결과이다. 국운도 이제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나라의 모든 지도자들의 사심을 버리고 더욱 큰 가치를 소망하고 심고 가꿀 일이다. 나아가 모든 국민들 역시 사심을 버리고 가장 큰 망국병인 붕당적 사고방식과 무관심에서 탈피하여 모든 부분에서 주인의식을 고취해야 할 것이다.
아직은 기부문화가 소위 선진국처럼 활성화 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웃이 굶을 때 나만 굴뚝에 연기 피워 오름을 경계하고, 감나무 끝에 몇 개의 홍시를 까치밥으로 남겨두던 우리네의 이름다운 정이 있다. 연말연시에 이웃과 세계를 위한정성을 모으는 선한 전통도 복을 짓는 한 방법이다.
위의 참전계경 제214조는 선善을 일러 ‘선이란 사랑이 흐르는 물줄기와 같으며, 인자함이 어린아이와 같은 것이니, 사랑을 심음으로 해서 그 일어나는 마음은 반드시 착하며, 어짐을 베품으로 해서 그 행하는 일은 반드시 착하니라.’고 밝힌다.
선한 소망이 선한 결과, 다름 아닌 복을 가지고 오는 법이다.
그러기 위하여서는 경인년 벽두에는 나와 민족과 인류를 위한 소망을 진지하게 빌어 보자. 소망을 비는 것은 그 마음 못지않게 장소와 시간을 잘 택하여야하는 것은 상식이다. 올해 벽두에는 부부와 자녀들의 손을 잡고 천안의 명소인 국학원과 독립기념관을 찾아 가보자. 특히 많은 국민들이 찾아오는 국학원은 하늘의 천기와 땅의 지기가 맞닿는 곳으로 어사 박문수가 최고 손꼽았던 단군산 자락에 있는 명당 중의 명당이다. 그러므로 이곳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해 소원을 기원한다면, 2010년은 그야말로 나와 민족과 인류가 다함께 복을 짓는 대박의 한 해가 될 것이다.
장영주 | (사)국학원 교육원장 겸 한민족 역사문화공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