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진짜 사랑을 합시다
우리 민족은 오랜 농경 생활로 양력보다는 음력을 선호하니, 이제 다시 새해가 온다. 설날이란 새로 서는 날이라고도 하고 세월歲月을 줄인 말이라고도 한다. 여하튼 백 호랑이 경인년을 맞이하는 감회는 특별하다. 60년 전, 우리는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6.25동란을 겪었고, 100년 전에는 그 원인이 될 수 있는 경술국치를 겪었다.
경술국치 100년! 천신만고 끝에 나라를 되찾았으나 온전한 자신의 힘이 아니었고, 역사는 이미 남의 붓으로 난도질된 채, 한 세대 이상 되풀이 되어 배우고 가르쳐 왔다. 그러므로 우리의 정신은 아직 광복을 맞이하지 못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민교육의 폐해는 강점기 때보다 해방된 한국사회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일본 강점기 때, 그들의 한민족 말살정책은 우리 민족의 철학, 역사, 문화에 대한 인식을 주인에서 노예로 바꿔 놓았다. 1919년 부임한 사이토 마코토 총독이 발표한 교육시책의 요지는 ‘조선인들이 자신의 역사, 전통을 알지 못하게 만듦으로써 민족혼, 민족문화를 상실하게 하고 조상의 무위(無爲) 무능과 악행을 들추어내 과장하여 가르침으로써 청소년들이 그 부조(父祖)들을 경시하고 멸시하는 기풍으로 만들어 반(半)일본인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마지막 조선총독으로 1945년 9월 8일 서울에 진주한 미군 사령관 J. R. 하지 중장 앞에서 항복문서에 조인한 아베 노부유키는 떠나면서 “우리는 패했지만 조선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 장담하건대, 조선인이 제 정신을 차리고 찬란하고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라는 세월이 훨씬 더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인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 결국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라고 호언했다. 과연 우리는 남과 북이, 영남과 호남이, 이제는 충청권이, 노동자와 사용자가, 진보와 보수가 나뉘어져 노예근성을 발휘하고 있으며 계속 이렇게 분열 된다면 언제 아베 노부유키의 후손들이 다시 밀고 들어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이 빼앗고 혼미하게 하려 했던 우리의 정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이 몸이 살아 있으나 죽어 없어지거나 변치 않고 전해오는 절대 가치를 뜻하는 것으로 한민족의 얼이다. 얼은 무엇인가? 얼이란 육신이 사라져도 남는 생명력의 집합체이다. 알이란 무엇인가? 육신이 생기기 이전의 생명력의 단위이다. 그러므로 닭의 알은 달걀이며 남자의 알, 여자의 알이 따로 존재하다가 어우러지면 변치 않는 생명의 얼이 되는 것이다. 한민족의 변치 않는 생명의 얼은 무엇인가? 그것이 왜 파괴되었고, 어떻게 변질 되었는가를 뚫어져라 똑바로 봐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100년의 상실을 딛고 세계 인류의 삶과 지구에 공헌할 수 있는 한민족의 모습을 제대로 되찾을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마고 어머니라는 시원의 신화가 있다. 허무맹랑한 신화가 아니고 바로 신라시대의 충신 박제상의 영해 박씨의 족보의 맨 위에 적시 되어 있는 기록이다. 마고麻姑란 한민족의 우주관, 세계관, 생명관이 집대성 되어있는 율려의 전달음傳達音으로 가히 민족적 집단 깨달음의 위대하고 거룩한 전법의 실체인 것이다. 마고를 한자로 쓰고 해석하면 길쌈하는 늙은 노파가 된다. 그 단어로는 바른 뜻의 비의가 전달되지 않는다.
‘마’란 마땅하다, 맞소, 맏아들, 맏딸과 같이 맨 처음 시원의 뜻과 대 긍정의 뜻이 함께 들어 있고 아기들이 맨 처음 익히고 발음하는 말도 마MA 이다. 엄마, 마마, 마, 마미 등 세계의 공통어라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고’란 ‘어른을 고이다.’ ‘쓰러져가는 가세를 고이다.’와 같이 사랑을 뜻한다. 그러므로 마고란 원초적인 사랑을 뜻하는 지구어머니의 순수한 우리글이다. 하늘 아버지, 땅 어머니 즉 천부지모天父地母라 하여 경천, 애인, 숭조의 변함없는 절대 사랑이 있었다.
그 거룩하고 위대한 사랑의 마음이 지금도 한민족에게 온전히 발현되고 있는가? 아니면 어디로 사라졌는가? 그 이유가 바로 수많은 세월을 착취당해 온 한족漢族에 대한 사대주의와 경술국치를 정점으로 하는 일제 강점기와 해방이 된 후로도 제대로 된 정체성을 배우지 못한 까닭에 있다. 지금 우리는 사회 전반에 애인이란 말을 많이 쓰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사랑을 나누는 개인적인 관계로서의 존재를 뜻한다. 그러나 우리의 가장 오래된 세계적인 경전 중의 하나인 참전계경參佺戒經의 제234조 애인愛人 편을 보면, 그저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보다 크고 넓은 보편적인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애인이란 ‘밝은이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착한 사람도 사랑하고, 또한 악한 사람도 사랑하여, 악함을 버리고 착함에 나아가도록 하나니, 사람이 성내는 것을 화평하게 하여, 남과 원수를 맺게 하지 않으며, 사람의 의심을 풀어 주어 사람을 타락하게 하지 않고, 사람의 어리석음을 인도하여 자기 스스로 깨우치게 하느니라.’라고 정의해 주고 있다.
그러므로 애인이란 모든 인간, 모든 생명, 나아가 모든 존재를 서로 사랑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사람을 홍익인간이라고 하고, 곧 2096년 동안 이어 온 47대 단군의 가르침이시다. 이제 새해 새아침부터는 변화하고 사라지는 유한한 사랑보다 내 안의 변치 않는 천지부모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 부모에게서 태어난 모든 형제에 대해 애인의 마음을 가져볼 일이다. 나와 민족과 인류를 애인으로 하는 국민이 되어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홍익의 문화를 구가해 보자.
장영주 | (사)국학원 교육원장 겸 한민족 역사문화공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