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전과 고려장에 담긴 뜻
심청전은 단순히 효에 대한 개념으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심청전은 수련과정과 의미를 알려주는 노래로 심청(心靑)이는 이미 의식이 높은 사람을 이르고 심봉사는 의식이 낮은 사람을 지칭한 것이다. 아집과 욕심으로 가득한 이기심은 사회와 타인의 질서에 잘못을 범하고 그 잘못을 거두는 사람은 의식이 밝게 깨어난 자의 몫이다.
심청이가 인당수에 뛰어 드는 행동은 바로 의식이 밝은이가 잘못을 거두는 사회적 책임이다. 인당수가 말인즉슨 바다 속이지만 인당은 인체의 양 미간 사이에 있는 혈 자리이다. 이곳은 인체에서 에너지가 모이는 곳으로 수련이 깊어지면 이곳에 에너지가 밝게 형성되어 욕심과 피해의식에 젖어 있는 여러 감정을 조절할 수 있고 다른 많은 능력도 생긴다.
심청이가 연꽃을 타고 부활함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는 능력이다. 심청전 판소리 가사에는 심봉사가 눈을 뜰 때는 전국에 있는 봉사가 다 눈을 뜬다고 했다. 길을 가다가, 밥 먹다가, 통변(대변)하다가... 등 모두가 일시에 눈을 떴다는 것이다. 그 능력은 아버지만의 광명(높은 의식)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의식도 함께 성장케 함이다. 이러한 심청전이야말로 개인완성과 전체완성을 이루는 과정을 노랫말 속에 숨겨 놓은 배려로 사람의 성장계획이 숨어 있는 것이다.
성장의 끝은 되돌아감이다. 우주와 생명의 비밀을 꿰뚫고 있었던 선조들은 삶과 죽음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연결고리로 이루어졌음을 알았다. 그래서 태어남의 목적을 알고 인간완성을 이룬 후에는 태초의 근본으로 돌아갔다.
우리말에서 사람의 죽음을 ‘죽었다’와 ‘돌아가셨다’, ‘천화하셨다’라고 한다. 인간완성을 이루지 못한 자의 죽음은 ‘죽었다’이고 인간완성을 이룬 자의 죽음은 ‘돌아가셨다’이며 개인완성과 전체완성을 이룬 성인의 죽음은 ‘천화하셨다’라고 한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죽음에 대한 문화, ‘고려장’도 있었다. 이 제도를 보통 노인을 내다버리는 의미로 알고 있지만 고려장은 천화하기 위한 수련이었다.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일정한 기간이 지난, 세상에서 요구하는 창조나 생산의 임무능력이 다하면 금식수련을 통해 근본으로 돌아가는 의식행위가 고려장이다. 선조들은 늙어서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될 즈음엔 최소한의 음식을 갖고 고려장에서 금식수련을 했다. 운이 좋으면 금수(禽獸)에게 자신의 신체를 보시할 수 기회도 있다.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오히려 기다린 것이다.
선조들은 이미 깨달음의 문화로 우리는 한 얼 속에 한 울안에 한 알로서 우주의 일부분임을 알고 영원히 순환되는 변화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런 깨달음의 문화에서 나온 말과 글이기에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독창적이며 과학적인 글과 말이란 칭송을 받는 것이다.
우리말의 하나에서 열까지의 숫자개념은 씨앗에서 씨앗이 되기까지의 한 생명이 순환하는 일대기로 설명되는데 이는 식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우주든 사람이든 어떠한 모든 것도 이 순리에 적용되지 않는 것이 없다.
이것이 진리로서 우리말의 신비이고 비밀이다. 이 우리말은 알면 알수록 광대무변한 우주의식에 뿌리를 둔 경이로움에 몸이 떨린다. 이 말과 글을 후대에게 꼭 전해야 하는 신성한 의무감마저 느낀다.
장영주 | (사)국학원 교육원장 겸 한민족 역사문화공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