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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 달, 딸, 땅 2011.02.17  조회: 2738

작성자 : 장영주

[환타임스] 대보름 달, 딸, 땅

장영주의 국학사랑 나라사랑<15> 대보름은 개방·집단·수평적 공동체 명절
생명의 지구를 만드는 弘益의 마음이 모두를 살리는 진정한 '送厄迎福'

 

내일이 정월 대보름이다.

이 날은 일 년 중 가장 큰 달이 뜨는 날이다. 설날이 해를 중심으로 한다면, 정월 보름은 달을 중심으로 한다. 해는 양기로 남자를 상징하고 달은 음기, 즉 여자를 상징 한다.
 
달이란 양달, 응(음)달, 아사달처럼 땅을 뜻한다. 하늘을 양陽이라 하니, 땅은 또 음陰이다. 자손 중에는 해와 같이 빛을 밖으로 향하는 아들도 있지만 은은한 달과 같이 빛을 안으로 머금는 딸도 있으니 달은 곧 딸이기도 하다.

그러한즉 달은 부드러운 딸이요, 지구와 마찬가지로 허공에 뜬 땅이다.

정월 대보름날의 각종 풍속은 한해 세시풍속 중 1/4 이 넘고, 정초의 설 풍속을 합치면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정월 대보름에는 더위팔기, 부럼 깨물기, 쥐불놀이, 액막이, 귀밝이술 마시기, 개보름쇠기 등도 있으나 줄다리기, 달집태우기, 풍물잡기 등 유난히 집단적인 정서 공유의 행사가 많다. 설날이 나의 집이라는 소집단, 수직적인 혈족의 명절임에 반해, 대보름은 보다 개방적, 집단적, 수평적인 공동체의 명절이기 때문이다.

찹쌀, 좁쌀, 팥, 수수, 콩 다섯 가지의 곡식으로 만든 밥을 오곡밥, 또는 백가반百家飯이라고도 하는데 보름에는 백 집에서 나눠 먹어야 복이 많이 온다는 말은 집단 홍익문화의 증거이다. 

“동네 꼬마 녀석들이 추운 줄도 모르고 언덕위에 올라서...” 라는 노래처럼 겨울 내내 애지중지하던 연鳶에 생년월일, 이름을 적고 마지막으로 하늘 높이 날려 줄을 끊어 버리는 송액영복送厄迎福의 놀이도 있다. 이때 아이들은 사랑하는 존재와의 이별을 알고, 훌쩍 다가온 삶의 무게를 알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도 있음을 예감한다. 

보름에는 남정네들은 씨름을 하고 여인들은 달의 정기를 마신다.

‘씨름’이란 ‘’이다. 남자들이 힘을 겨루어 한명의 챔피언이 부락의 처자들에게 씨를 주었다는 설도 있다. 보다 강인한 유전자 획득을 위한 인류의 생존 문화놀음이다. 

‘보름’이란 여자들이 솟는 달을 ‘는 노’이다. 보름이 되면 젊은 여인들이 가장 크게 솟는 달의 음기를 받기 위하여 입을 크게 벌리고 기운을 섭취하기 때문이다.

씨름과 보름은 천부신天父神의 생명 천강문화天降文化요, 지모신地母神의 생산 성장문화이다. ‘천부경天符經’의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이다.

해는 거의 일정한 크기로 빛을 발하고 있지만 달은 차오르고 사그라지기를 반복하니 모든 생명으로 이어지는 삶의 탄생과 죽음을 상징한다.

시작도 끝도 없으니 ‘천부경天符經’ 정신인 ‘무시무종無始無終’이다.

밤이어서 어두우나 대낮처럼 밝다는 모순을 초월하여 모든 것이 조화 속에서 녹아 흐르니 역시 천부경의 ‘묘연만왕만래妙衍萬往萬來’요 ‘율려律呂’이다. 해와 달의 우주의 기운으로써 인간의 기운과 합일되면서 건강한 유전자 획득을 위한 전통으로 이어 온 것이다. 

'설은 질어야 좋고 보름은 밝아야 좋다'라든가 ‘중국 사람은 좀생이별을 보고 농사짓고, 우리나라 사람은 달을 보고 농사짓는다'는 것은 같은 동양권이라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문화유형이 다름을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려서부터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하면서 인류 공유의 달을 오래전부터 중국에게 거저 넘겨주었다.

사대주의事大主義가 심해도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이제 그 누구도 달에는 토끼가 있고 이태백이 거닐고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으로 암스트롱 선장과 올드린이 우주복을 입고 달 표면에 역사적인 발자국을 남기게 된다. 이때 이태백 대신 암스트롱 선장은 "이것은 한 사람에게는 작은 한 걸음에 지나지 않지만, 인류에게 있어서는 위대한 도약이다.(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라고 읊조렸다. 

인류가 이대로 간다면 2년마다 3개의 지구가 필요하다는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있다.

인간이 무엇이든지 다 만들 수 있다손 처도 지구 어머니는 만들 수 없지 않은가.

인류는 우주공간에서 가장 가까운 달이라는 땅에 집을 짓고 방아를 찧어 쌀을 먹고 사는 토끼 같은 이태백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2025년 달에 유인 우주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율력서律曆書에는 ‘정월은 천지인天地人 삼자가 합일하고 사람을 받들어 일을 이루며, 모든 부족部族이 하늘의 뜻에 따라 화합하는 달이다’라고 적혀있다. 그것이 바로 해도 달도 내안에서 하나로 조화를 이룬다는‘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의 천부경의 가르치심이며 천지인이 하나라는 삼일정신三一精神인 것이다. 지구 어머니가 더 망가지기 전에 우리별 이 지구를 생명의 지구로 만드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이 빠른 속도로 많이 육성 되어야 한다.

천지인이 나와 하나일 진데 어찌 천부지모天父地母를 업수이 여길 것이며 나와 한 형제인 뭇 생명을 소홀히 하겠는가. 

그러한 홍익弘益의 마음이 바로 모두를 살리는 진정한 송액영복送厄迎福인 것이다.

글 원암 장영주 | (사)국학원 원장(대) 및 한민족역사문화공원 공원장
※ 본 국학칼럼은 2월 16일자 환타임스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 환타임스 칼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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