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회 국민강좌] 윷말판에 나타난 한국 고유의 역학사상
임채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교수)
6월 9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안국동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임채우(49) 교수를 초빙하여 [윷말판에 나타난 한국 고유의 역학사상]이라는 주제로 진행됩니다.
임채우 교수는 중국의 도교와 주역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민족 고유의 역학(易學)인 한역(韓易)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강좌는 윷놀이 말판에 담겨진 우리 고유의 역학 원리를 중국의 주역을 바탕으로 풀어보는 신선하고도 흥미로운 강좌가 될 예정입니다.
○ 주제 : 윷말판에 나타난 한국 고유의 역학사상
○ 강사 : 임채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교수)
○ 일시 : 2009년 6월 9일 화요일 오후 7시
○ 장소 :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 강당 (전화:02-735-2701~4)
강사소개 :
1961년생 충남 부여생, 대전고등학교 졸업, 중국철학 전공, '王弼 易 哲學 연구'로 연세대학교 철학박사, 북경대학과 중국사회과학원에서 방문학자로 연구했으며, 주역과 도교철학을 중심으로 중국철학을 전공하고 동양의 도교사상과 한국의 선도문화에 대하여 폭넓은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 주요 저서 : 『주역 왕필주』『왕필의 老子注』『術數와 수학사이의 중국문화』『언어의 금기로 읽는 중국문화』등
윷놀이는 설날 가장 많이 하는 우리 나라 대표놀이로 통상적으로 대보름날까지 많이 한다. 특히 남녀노소에 구애되지 않고 공간도 방안이든 마당이든 어디서든지 할 수 있고 재미가 있어 오늘날까지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어떤 끗수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윷을 던지고 던진 대로 말을 움직여 상대를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윷판에서는 서로 이기려고 원하는 말이 나오길 소리치고 기원하는 가운데 바로 긴장과 흥분의 분위기에 휩싸이게 된다.
윷놀이의 특징은 무엇일까? 필자의 경험으로 말해본다면 일단 윷놀이는 재미있다. 모든 민속놀이중에서 윷놀이만큼 재미있는 것은 없다. 상대방의 말을 추격해서 결정적인 한판에 전세를 뒤집을 때는 정말로 덩실덩실 춤이 춰지는 것이 윷이다. "윷놀이는 승벽으로 한다"는 옛말대로 윷놀이의 가장 큰 재미는 승부의 변수에 있다는 뜻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민속에 대해 깊이 연구했던 무라야마 지준은 “윷은 조선만의 독특한 유희로써 그 기원은 매우 오래되었다. 이것은 대중적인데다가 간소하고 명쾌하며, 또한 내기가 강렬해서 실로 조선 민족의 성질에 적합한 민중적 오락이다”라고 우리 민족의 기질에 잘 맞는 놀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조선의 점복과 예언??, 동문선, 363쪽)
미국의 세계적인 민속학자 스튜어트 컬린(1858∼1929)이 펜실베이니아대학 고고학박물관 관장으로 재직하던 1895년에 저술한 ??한국의 놀이??(열화당)에서 컬린은 “한국의 윷놀이는 전세계에 걸쳐 존재하는 수많은 놀이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며 “고대 점술에 기원을 둔 윷놀이는 우주적이고 종교적인 철학도 담고 있다”고 극찬했다. 컬린은 또 인도의 힌두 게임인 ‘파치시(pachisi)’와 ‘차우자(chausar)’의 도형은 십자형이 있는 윷판을 확장한 형태라며, 윷놀이에서 발전된 놀이가 서양의 체스나 일본의 야사스카리 무사시(八道行成)라는 사실을 놀이 방식이나 판의 형상 등을 통해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번역출판한 윤광봉 히로시마대 교수는 “윷점이 주역의 64괘와 연관된 점을 볼 때, 단순한 민속놀이로 여겼던 윷놀이가 심오한 이치를 갖고 있으며 세계 놀이들의 원형이라는 데 자부심을 가질만하다”고 덧붙였다. (문화일보/2003년 1월 27일)
윷판은 현재 청동기시대에 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아득한 기원을 갖고 있고,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지역에 관계없이 남한지역에서만 수백점의 동일한 도형으로 발견되고 있다. 또 컴퓨터게임이 전세계의 놀이문화를 장악한 오늘날에도 널리 유행되고 있는 우리 민족의 놀이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 고유의 윷놀이는 사실 조선시대에는 무시되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유교적 시각에서는 이런 유희를 곱게 볼 리가 없다. ??논어??에 博奕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만, 논어 양화편 22장, 朱熹註, 博 局戱也 奕 圍?也. 참조.
조선시대의 통치계급이나 유학자계층에서는 윷놀이를 경계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선시대 완고한 유학자를 대표하는 송시열(1607-1689)은 시집가는 딸에게 써준 ?계녀서?에서 “마음속에 놀지말자 생각하면 諺文古談을 어느 겨를에 보며 쌍륙치고 윷놀기를 어느 겨를에 하리요?”라고 경계하고 있다. 유교의 선비와 사대부가의 예절을 다룬 이덕무(1741-1793)의 ??사소절??에도 “여자가 윷놀이를 하고 쌍륙치기를 하는 것은 뜻을 해치고 위의를 거칠게 만드는 일인, 이것은 나쁜 습속이다. 종형제와 내외종형제, 이종형제의 남녀가 둘러앉아서 대국을 하고 점수를 계산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말판의 길을 다투고 손길이 부딪치면서 다섯이니 여섯이니 소리를 질러대어 그 소리가 주렴밖으로 퍼져 나가게 하는 것은 참으로 음란의 근본이다.”라고 윷놀이에 대해 경계의 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조선시대는 유교 성리학의 이데올로기에 눌려서 우리의 것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었을 뿐이다. 그래서 윷놀이란 단지 유희나 도박으로서 사대부가 하면 안된다는 부정적인 시각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그러나 윷에 대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은 조선멸망 이후의 일이요, 이는 단군에 대한 관심의 부활과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