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회 국민강좌] '훈민정음의 창제원리와 天地人정신'
- 훈민정음연구소 반재원 소장님 -

* 국학뉴스 2011년 1월 12일자 기사
"나랏말써미 듕귁에 달아 문쩌와로 서르 서믓디 아니홀세 이런 젼처로 어린 븩셩이 니르고져 흘배 이셔도 므첨내 제 뜨들 시러펴디 몯홀노미."
훈민정음연구소 반재원 소장이 지난 11일 국민강좌에서 지금은 쓰지 않는 옛 한글 음가를 살려 소리 내어 읽는다. 이게 웬걸? 학교에서 배운 발음과 다르다. 학교에서는 "나랃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짜와로 서르 사맏띠 아니할쌔 이런 젼차로 어린 백셩이 니르고져 할빼이셔도 마참내 제 뜨들 시러펴디 몯할노미 하니라."라고 배웠다. 그런데 반 소장은 'ㆍ(아래 아)'를 'ㅏ'로 읽지 않는다. 그는 'ㆍ'를 '깊은 음'이라고 부르며 함께 쓰이는 자음에 따라 발음을 달리한다.
반 소장은 삼 년째 한글날 공식행사에서 세종대왕으로 분장하여 훈민정음 서문을 원음 그대로 낭독하고 있다. 한글학회장도 국립국어원장도 아닌 그가 공식행사에서 훈민정음을 낭독하는 이유는 훈민정음 본래 음가를 살려 읽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라진 한글 음가를 살리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반재원 훈민정음연구소장이 지난 11일 제 91회 국민강좌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길은 미끌미끌 빙판이 되었고 칼바람은 매섭게 불어댔지만, 한글을 향한 반 소장의 열정에 강의실은 후끈 달아올랐다.
한글은 과학적이다. 당신은 몇 가지 이유를 댈 수 있는가? 발성기관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모든 발음을 적고 읽을 수 있다. 여기에 반재원 소장은 한 가지를 덧붙였다. "훈민정음에서 세종대왕은 '자연(自然)에서 이루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인즉슨 '우주 천체의 운행원리에 맞게 한글을 창제했다'는 뜻이다."
반 소장이 이런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은 훈민정음 원문인 해례본에 나오는 모음과 자음의 배열 순서가 지금과 달랐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쓰는 한글은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 / ㅏㅑㅓㅕㅗㅛㅜㅠㅡㅣ'이지만 해례본에 나오는 배열 순서는 'ㄱㅋㆁ, ㄷㅌㄴ, ㅂㅍㅁ, ㅈㅊㅅ, ㆆㅎㅇ, ㄹ, ㅿ / ㆍㅡㅣㅗㅏㅜㅓㅛㅑㅠㅕ'이다. 해례본의 중성(모음)은 별자리 운행 원리인 하도(河圖)에서, 초성(자음)은 오행성(五行星)의 방위도인 <오행 방위 낙서(洛書)>의 원리를 적용했다.
반재원 소장이 칠판에 하도와 낙서를 그려가며 우리 글자가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지, 왜 순서가 지금과 다른지 설명하자 시민들은 "국어학자한테서도 못 들어본 이야기"라며 박수로 그의 강의에 화답했다. 실제로 세종실록의 기록에 의하면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당시 천문대에 행차한 횟수가 28회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세종 15년(1433년)에는 세종이 직접 28수의 거리와 도수, 12궁에 드나드는 별의 도수를 일일이 측정하여 새로운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를 작성하여 그것을 돌에 새기고 천문 역법 책을 편찬케 했다. 세종이 갖고 있던 천문 지식이 훈민정음 창제의 이론적 바탕이 되었음을 이 부분에서도 미루어 볼 수 있다.
우리말 훈민정음 창제 원리를 설명하던 반 소장이 돌연 일본어를 한다. "즛-또, 노미모노가." 그러더니 이번에는 영어다. "파인 생큐 앤유?" 반 소장의 발음이 묘하다. 영문을 모르는 시민들 얼굴에는 물음표가 뜬다. 반재원 소장이 입을 열었다. "사라진 한글 네 글자가 살아나는 순간, 우리 한글은 전 세계 모든 언어를 그 발음 그대로 표현해낼 수 있다."
반 소장이 말하는 사라진 한글 네 글자는 바로 ㆍ(아래아, 깊은 음), ㅿ(반치음, 여린 시읏), ㆆ(여린 히읗), ㆁ(옛이응, 여린 기윽)이다. 반 소장은 "한글의 우수성, 과학성을 말하면서 사람들은 '세계 모든 언어의 발음을 적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영어의 V와 B, F와 P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사라진 네 글자 'ㆍㅿㆆㆁ'를 복원하여 활용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이를 살린 자판배열 구성도도 공개해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마지막으로 반재원 소장은 "을지문덕 장군을 기리기 위해 '을지로'라는 길 이름을 정하였으나 사실 을지문덕의 성은 '을지'씨가 아니라 '을'씨"라며 "한번 잘 못 끼워진 첫 단추를 다시 풀어 고치기는 어렵다.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한글의 참 우수성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훈민정음 창제 원리를 바르게 알고 사라진 네 글자 복원이 시급하다"며 강의를 마무리 지었다.
이날 국민강좌에 참석한 김유철 씨(62)는 "국제화 시대 한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이런 작업은 정부와 한국어학회, 국학운동 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었으면 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다음 국민강좌는 2월 8일 서울 광화문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에서 열리며 누구나 참석 가능하다.
○ 주제 : [한글의 창제원리와 天地人정신]
○ 일시 : 2011년 1월 11일(화요일) 오후 7시
○ 장소 : 광화문 삼청동 입구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전화:02-735-2701~4)
○ 강사 : 반재원 (훈민정음연구소 소장)
○ 찾아오시는 길 :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10분거리 (약도 바로가기)
○ 참가비 : 무료
○ 문의전화 : 02-766-1110, 041-620-6700, 010-7299-6043